“나는 강변리에 산다 / 폭격에 지붕이 날아난 집- / 봄 하늘이 천정이다. / 강뚝 밑에 간신이 남아 있는 방 / 나는 여기서 글을 쓴다” (<비행기 사냥꾼>, 《현대문학 비평 자료집》, 태학사, 1993)
조기천은 서정적이고 열정적인 문체로 애국심과 혁명 사상을 노래한 시인이다.
1. Life
조기천은 1913년 소련 블라디보스토크 연해주에서 태어났다. 1951년 사망했다. 옴스크 고리키 사범대학 졸업 후 중앙아시아에 있는 조선사범대학에서 교원 생활을 했다. 해방 후 북한으로 돌아갔고, 본격적으로 창작활동에 매진했다. 이 시기에 서정시 <두만강>과 광복의 감격을 담은 <을밀대에서 부른 노래>, 토지개혁을 다룬 <땅의 노래> 등을 발표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종군작가로 낙동강 전선까지 내려왔으며, 이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조선의 어머니>, <불타는 거리에서>, <조선은 싸운다>, <죽음을 원쑤에게> 등의 시를 창작했다. 사상예술성이 높은 전투적 작품을 썼기에 김정일 위원장에게 ‘혁명 시인’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대표작인 장편서사시 <백두산>은 혁명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출간되었다.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1948년에 공로 메달을 받았고, 1951년 조선문학예술총동맹의 부위원장직을 맡았다. 같은 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국기훈장 제2급을 받았다. 1951년 사망한 후 그의 주요 작품을 묶은 《조기천 선집》이 발간되었다. 1987년 김일성 주석의 75회 생일을 맞아 시집 《백두산》 재발간과 함께 작가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져 조기천의 일대기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2. Writing
조기천은 항일 혁명, 토지개혁, 여순사건과 한국전쟁 등의 소재로 시를 썼다. 시 <두만강>은 해방 직후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 감격을 그린다. 조선인들의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두만강을 ‘원한의 강’이자 ‘피의 강’, ‘눈물과 고통의 강’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독립을 맞아 자유를 회복한 조선인과 마찬가지로 두만강 또한 괴로웠던 과거에서 벗어나 바다로 흘러갈 수 있게 되었다고 표현한다. 이러한 시인의 태도를 “이제야 그대는 와아와아 자유롭게 / 번쩍이는 파도의 앞길을 헤치며 / 하늘을 떠받드는 대해로 / 흘러 흐르누나!”라는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47년 발표한 그의 대표작인 장편서사시 <백두산>은 김일성 대장의 보천보 전투를 소재로 하며, 유일사상을 철저히 구현했다. 작품의 실감을 위해 여러 차례 백두산을 답사하면서 시적 영감을 얻었으며, 김일성 주석에서 가르침을 받아 <백두산>을 완성했다고 전한다. 임헌영은 이 작품에서 분단 초기 남북한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다며 그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두 번째 장편서사시인 <생의 노래>에서는 노동과 예술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 “예전 시인들은 / 노동자 땀내를 / 시가의 죽음이라 하였다. / 허나, 우리는 / ‘작업량’을 말하련다. / ‘생산 능률’ 외치련다 / 으스름한 봄 밤 / 달큼한 사랑의 한숨에서가 아니라 / 땀 흐르는 직장에서 / 참된 노래를 듣는다”라고 노래한다. 이 구절에서 사랑이나 애달픈 감정을 주된 시적 소재로 삼아왔던 문학적 전통에서 벗어나 노동의 보람과 고달픔을 노래하겠다는 시인의 의지가 드러난다. 한편 조기천의 시 <휘파람>은 보천보자악단에서 노래로 만들어져 북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남북 교류 과정에서 소개돼 남한에서도 널리 애창됐다.
Reference
선집
《조기천 선집》(전 2권)(문화전선사, 1953)
시집
《백두산》(실천문학사,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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